Book Review

제주도우다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

 

극중 나오는 이 대사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과 내용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손녀부부가 진행하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일제시대부터 제주 4.3 사건까지 기술하는데,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서술하기보다는

그 시대에 살았던 친구, 가족, 친지의 삶을 넘치지 않는 감정으로 단조로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실체가 아닌, 머리에 주입된 관념으로만 섬사람들을 인식하려고 했다. 섬사람들에 대해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증오와 야만성의 극치는 바로 이런 관념의 인식에서 불거진 탓일 게다. 

그래서 작가는 공들여 긴 분량을 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2권 중반부까지는 무려 일제시대에서 해방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천지개벽한다기보다는 일상의 변화로 그에 맞게 바꾸어 또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몇몇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달픈 일제시대인가 하지만,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고'

해방 이후에는 또 그에 맞게 중학원을 만들고 조직을 구성하는 등

벅찬 해방의 감동이 넘치지 않게 현실을 꾸려나가는

특별하지 않은 '우리'가

'미국'도 아니고 '소련'도 아닌 조선사람인 '우리'한테 절망과 공포로 부수어지고 증오하고 분열되어 가는 과정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우리는 죽지만 다시 태어날 거다... 죽음의 언땅이 풀리면 흙이 다시 초록을 살려내서 푸른 초원을 만들어 낼 거여

 

얼마전 모 공무원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자녀의 학폭사건에서 보듯 '제주 빨갱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니,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주를 모독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새로운 시대를 나아가며 잊지 않는다면,

그들의 푸른초원, 우리의 푸른 대지가 살아나지 않을까. (밤중이라 조금 감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