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어머니의 유산

가쓰라가 여성 삼대의 이야기, 외할머니인 '오미야씨'를 거쳐 어머니, 그리고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약간 혼란스럽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전하는 어머니의 노화와 요양, 죽음, 자매의 차별적 성장, 이혼에 관한 주제가 꽉 차 있어서 산만하지 않게 진행되고 이야기들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어머니의 유산이란 뭘까.
어머니가 남겨주신 무형의 어떤 것이라고 짐작하고 열었는데, 말그대로 어머니의 물질적 유산을 의미한다. 
하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고 자유를 갈망하게 하고,
그 유형의 물질적 유산이 결국 미쓰키가 그 갈망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의적이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를 되뇌이던 미쓰키가 "나는 행복하다"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ps. 돈이 최고다. 
 

딸은 그저 어머니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늙음의 끔찍함을 가까이서 직접 보는 고통?앞으로의 자기 모습을 코앞에서 보는 정신적인 고통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싶은 게 아닐까. 젊을 때는 추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했던 ‘늙음’이 두뇌와 전신을 덮칠 뿐만 아니라 후각,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모두를 덮치는 것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것을 향해 살아갈 뿐인 인생인 것인가.
대부분의 어머니에게는 딸에 대한 사디즘이 있다고 미쓰키는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종으로서 인류의 특징은 어린 시절이 길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제 아이를 만들 수 없는 노년 시절이 길게 이어지는 것도 큰 특징이라고 최근에 읽었다. 여자들 또한 '여자로서 끝나버린' 후에도 오래도록 살며 인연을 맺고 출산을 돕고 아이를 키우고 먹을거리를 채집하고 불을 피우고 물을 긷고 다툼을 해결하며 공동체에 도움을 주었다. 늙은 여자의 거처가 당당히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류를 특징짓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이제는 모두가 제각기 살게 된 끝에 괘씸하게도 그런 여자들은 존재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취급을 받는다.

애초에 소설의 주인공도 안 된다 - 자신도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미쓰키는 그것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만약 미쓰키가 자살한다고 한들 이제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한다. 여자가 자살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텔레비전에서도 신문에서도 주간지에서도 젊을 때뿐이다. 소설에서도 당연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