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작은 땅의 야수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등장인물들의 인연이 얽히고 설켜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

 

끊어읽으면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할 정도로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대장이 그 사람을 만나보도록 주선해 볼게. 그 사람 이름은 이명보야.” 

- 어엌. 드라마였다면 마지막 장면 각. 

“그리고 우리 딸애도 곧 이리로 올 거야. 자전거가 고장 나서 고쳐야 한다더군.”

- 우리는 알지.. 성수의 자식이 왜 하필 딸이냐. 

 

제2의 파친코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각자 어긋난 사랑을 그 시대에 끼워맞춘 느낌. 

조금 더 극적요소들이 많이 배치돼서 대하드라마보다는 좀 더 통속적이랄까.

작가는 각기 다른 종류의 사랑을 표현하려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뒤로 갈수록 각자의 사랑이 중구난방 뒤죽박죽된 느낌이라 아쉽다. 

 

종말이 눈앞에 닥쳐온 듯한 지금 같은 시대에 — 그의 민족은 일본의 총검 아래 죽어가고, 세계 전역에 유혈 사태와 폭력이 번져가며, 유럽에서의 대전쟁이 이제 겨우 막을 내린 지금 — 사람들이 여전히 대학에 갈 생각을 하거나, 돈벌이가 되는 직위에 오르고자 기를 쓰거나, 자신의 토지에서 더 많은 소득을 짜내기 위해 혈안이 되거나, 어떻게 해서든 재산을 불리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는 게 명보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들을 둘러싼 이 세계 자체가 온통 화염에 휩싸여 있다는 걸 깨닫지도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