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할머니가 아닌 나의 이야기

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나에게 할머니는 소인이 찍힌 한 장의 우표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작고, 평면적이고, 어느 날 삶의 쓰임새를 다해 이제는 극도로 조용하게 우표책에 꽂혀 계신분 할머니는 할머니였을 뿐 그분의 어떤 점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가 지금 해낼 수 있는 만큼이 최선이고 열심이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겨우 다섯 줄? 아무렇게나? 라고 비웃거나, 네가 지금 휴대폰 하는 시간에 글을쓰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말이지 어리석고폭력적인 생각이다. 짧은 노력과 긴 휴식, 그것이 지금그의 최선이며 가장 필요한 것이다. 휴대폰 게임이라도 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 남들의 평가 따위는 애초 그분에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상처를 알아채지만 헤집지 않는 것, 알면서도 모른 체해주는 것, 억울한 오해를 받아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민감함과 대범함 사이에 묘하게 자리 잡은 할머니의 무심한 반응은 청천벽력 같은 큰일도 견딜 만한 작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힘이 있었고 할머니에게 그런 무심한 이해를 받고 나면 사납게 파도치던 내 마음은 거칠던 너울이 가라앉고 어느덧 평화로움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기대와 격려는 무서운 거야. 사람들이 나에게 할 수 있다. 해낼 거라고 믿는다고 끝없이 기대와 격려를 퍼붓는다면 나는 너무 무서워질 것 같아.
좋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차원 높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여러 가지 두려움을 떨치게 해주는 것. 부담 없는 편안함.
그분들은 자신이 주는 것이 비싸고 귀한 것임을 일부러 숨기고, “거 뭐 될 필요 없다”라고 하신다. 부모가 베풀어준 관심과 지원이 아이에게 마음의 짐이 되지 않도록 “그거 별거 아니니 흔하고 편하게 그저 누려라”라는 태도를 취하신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을 없애주면 자녀의 마음속엔 두려움이 사라지고 태산처럼 높아 보이던 과업이 그저 한 발짝 내디뎌볼 만한 계단만큼 낮아진다. 그저 별거 아니니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가벼워진 마음일 때 가장 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 현명한 부모들은 이런 식으로 자녀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부모로서 내가 너희에게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고 생색내지 않는 것. 자식에게 어떤 기대나 대리만족도 추구하지 않아 부채의식이나 부담감을 주지않는 것. 부모로서 고생스러움은 지극히 당연히 당신이담당해야 할 몫이고, 잘한 것이나 좋은 것이 있다면 모두 자식의 몫으로 돌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