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말을 부수는 말

권력계층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이 그 자체로 어떤 힘과 의미를 가지고 또 다른 계층을 만들어 나간다. 

 

언론에서 어떻게 프레임을 짜고 어떻게 언어를 이용하여 원하는 바를 얻는지

관심이 많이 갔던 주제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그 주제에 공감이 가긴 하는데,

뒤로 갈수록 말을 부수다 못해 가루를 만드는 범위가 광범위해져서

이 사회에서 그 모든 말들이 의지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기검열에 피곤해지는 느낌이 든다. 

 

성추문을 묻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라면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이기에

그 상황에 대해 결론을 짓고 접근하는 내용을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우선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감정 내지는 저자의 주장 및 편견에 대응하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원천적으로 규정짓고 자책감이 들게 해서 불편하다. 

 

여성의 고통을 정치화할 때 항상 역공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문제는 남성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들의 역공이다. 여성들은 일상을 위협하는 여성 대상 범죄를 정치적 의제로 올려놓으려 애썼다. 그러자 여성 대상 범죄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이 범죄들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 여성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취업 성차별과 여성 대상 범죄처럼 명백한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 내는 게 ‘여성 편향’이라고 말한다면, 특권을 폭력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젠더 갈등’은 성차별을 은폐하는 권력의 언어다. 언젠가부터 언론은 마땅히 ‘성차별’이라고 명명해야 할 상황에서 ‘젠더 갈등’ 혹은 ‘반페미니즘’이라고 두루뭉술 표현한다.

이는 젠더 억압에 가깝다. 억압과 차별이라는 개념을 갈등이나 갈라치기로 표현하여 오직 양성의 대립구도만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만든다.
우리 배를 불리면 인권이 차례대로 보장받게 되나요? 혹은 배부른 순서대로 인권을 보장받습니까?

다시 말해, 권리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권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각각의 권리가 강화된다는 시각이 오늘날 더 인정받는다.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 교육받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이 이 사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전형적인 엘리트 의식이다. ⋯⋯⋯ 지배층의 부패와 착취에 민란을 일으키는 민중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개혁을 실행하는 정치인이나 지식인만 보게 된다.   ⋯⋯⋯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정확하게 말했듯이 “경제적 부유함과 본질적 자유는 서로 무관하지 않지만 자주 괴리될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   경제 우선주의는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그들의 자유를 모른 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공부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말이 보여주듯 노동환경의 많은 문제점은 사회적 의제가 되기보다 ‘능력 없는’ 개인이 당연히 짊어져야할 짐이 되었다. 그리고 공부 안 한 ‘손해’를 너무들 ‘착하게’ 수긍한다. 노동은 왜곡되었고 노동자는 패배자가 되었다.

노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며 최선을 다해 안전한 노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노동’을 공부 못한 사람의 징벌로 취급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