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가녀장의 시대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일일 가족드라마 같은 느낌.

 

가부장을 가녀장으로 대체한 가족형태를 소재로 풀어나갔는데

 재미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아예 환타지스럽게 극대화된 대조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에세이 형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의 형식이나 메세지나 모두 약간 어정쩡한 느낌이라, 멱살잡고 추천하긴 어렵고,

베셀이라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만 하다. 

이 소설은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할아버지가 통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가정을 통치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도 어렵고 자수성가도 어려운 이 시대에 용케 글쓰기로 가세를 일으킨 딸이 집안의 경제권과 주권을 잡는다. 가부장의 집안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아름답고 통쾌한 혁명이 이어지는가 하면, 가부장이 저질렀던 실수를 가녀장 또한 답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가부장제를 혁파하자는 식의 선동이나 가부장제 풍자로만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가녀장은 끊임없이 반성하고, 자신을 키우고 생존하게 한 역대 가부장들과 그 치하에서 살았던 어머니, 그리고 글이 아니라 몸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씩 글을 쓰는데 딱 세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여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 장이 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 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