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키르케

그래. 그리스로마신화의 또다른 스핀오프 격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신화속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조연급이 아닌가. 

(초반 부분 역시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

하지만 이는... 한 여성의 성장이야기다. 

아니 어쩌면 페미니즘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여성이란.. 단지 출산의 도구이고, 미모가 뛰어나면 강탈의 객체로 취급되던 시절에

뛰어난 점 (여기서 뛰어난 점이란 오로지 외모 수준) 하나 없어 찬밥신세인 주인공은

초반에 여러번 배신당하고, 그에 저항하여 권력을 가질 가능성을 보이자

섬으로 유배당하고 긴 시간 섬에 감금당한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고정관념의 순응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종국에는 올려다 보지도 못했던 아버지와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하고,

기존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해방한다. 

이것은 사랑도 있고, 강인함도 있고, 모성애도 있는 여성의 신화다. 

 

덧. 아아. 독박육아의 무서움이여.. 

펄쩍 도망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싫어!

두 주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날들이 가장 문제였다. 아이는 내가 곁에 붙잡아두려고 하면 번번이 도망치다가 내가 일에 몰두하면 발뒤꿈치로 바닥을 두드리며 자길 봐달라고 했다. 내일 바다로 데려다줄게, 나는 약속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없는 약속이었고 아이는 내 시선을 끌기 위해 집안을 찢어발겨놓았다. 그 무렵 아이는 자라서 아기띠에 넣어 안고 있을 수 없었고 아이가 저지르는 말썽도 그와 더불어 커졌다. 접시가 가득 올려진 식탁을 뒤집었다. 선반으로 올라가 유리병을 박살냈다. 늑대들에게 봐달라고 맡겼지만 그들조차 감당이 안 돼서 꽃밭으로 도망쳐버렸다. 나는 점점 커지는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미처 갱신하지 못했을 때 마법의 효력이 끝날 것이다. 아테나가 분노하며 달려올 것이다.

그 당시의 내가 어땠는지 안다. 불안하고 안정감이 없는, 잘못 만들어진 활과 같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안의 모든 단점이 발가벗겨졌다. 모든 이기심과 모든 약점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