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가족각본

지금까지 읽은 책 BEST 중 하나인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김지혜 작가가 4년만에 책을 냈다. 
이 작가의 특징은 공기처럼 스며든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해 뒷통수를 후려치는 짜릿함으로 고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에 대한 담론은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부모의 역할을 고정적 관념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가족제도의 타고난 불평등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변화를 논의하기 어렵다. 

출판사 서평과 내용하이라이트로 대신한다. 

『가족각본』은 성소수자 이슈가 기존의 가족에 만들어내는 이러한 균열들을 쫓아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가족각본을 드러낸다. 1장에서는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가족각본에서 부여한 며느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에게 그 역할을 안겼는지 질문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동성결혼과 출생률 저하를 연결 짓는 한 정치인의 발언에서 시작해 결혼을 하면 출산하는 게 당연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결혼과 출산의 절대공식을 낯설게 본다. 3장은 장애인, 한센인, 혼혈아 등 어떤 사람들의 출산과 출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며 국가가 가족각본에 맞지 않는 이들을 추방하고 배제해온 잔인한 과거를 들여다본다. 4장은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관념, 동성커플이 키우는 아이는 불행할 것이라는 염려를 통해 가족과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성별분업 관념을 드러낸다.
가족은 한국사회를 규율하는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질서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전통이자 가치로 여겨져왔다. 이 책은 이러한 가족제도가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에서의 성별 위계와 분업, 사람을 노동력로 바라보고 재생산을 통제하는 국가권력, 계급으로서의 가족과 불평등 등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5장에서는 국가가 가족각본을 유지하기 위해 공교육을 통해 ‘건전한’ 성관념을 수호하는 규율을 전파해왔음을, 6장에서는 부양의무와 상속·세금 제도 등 가족각본을 공식화하고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살핀다. 결국 이러한 장치는 계층을 세습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가족제도를 공고화한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 사회의 가족각본은 누구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 걸까?

 

 

존 스튜어트 밀 bohn Stuart Mill은 1869년에 발간된 『 여성의 종속에서 "실질적으로 결혼제도야말로 우리 법체계 안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노예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직설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강요된 "족쇄는 그 성질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여성이 "강요 에 의한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인 노예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혼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것을 미덕이라고 여기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타인의 삶에 종속되도록 만든 다는 것이다.
저출생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사회적 부양과 경제발전을 담당할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하면, 이 땅에 태어나 는 사람의 가치는 그저 노동력에 불과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노동력 생 산의 의미가 된다.
누군가 사회가 원치 않는 출산을 할 때,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출산을 결정한 그 개인에게 잘못의 책임을 돌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혼혈아동에게 그랬듯, 아동을 사회적 차별과 불행한 인생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그의 가족에게 간섭한다
처음에 우생학은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결국엔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인간을 '쏠모'로 평가되는 도구적 존재로 격하시켰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인력'으로서 사람의 가치를 따지며, 우생학의 관념 속에서 '인구'를 바라본다.
메리 브린턴 Mary C. Brinton과 이동주는 한국과 같이 전통적인 성역할 이 념을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우호적인 국가에서 특 히 출생률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자체가 출생 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에게 여전히 가사노동의 책임을 맡 겨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사회에서 출생률이 낮아진다는 '상식적인' 결론 이었다
‘인성'이 라는 이름이 붙여진 교육이 유교적 가족질서를 근본적인 도덕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무시할 수가 없다. 공교육이 '충'과 '효'를 강조함 으로써 국가권력에 순응하는 전체주의적 국민을 길러내려 한 유신시대의 역사도 있다.
'위기'와 '해체'의 담론은 공포를 조장하고 과거로 회귀하게 만든다. 반면 '변화'와 '다양성'의 담론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게 한다. 전자는 기존의 가족질서에 맞추어 살도록 개인을 통제하고 압박 하지만, 후자는 모든 사람의 가족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대안적 제도를 고안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