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쇳밥일지


소설인 줄 알았으나 자전적 에세이다.

정치사회 관련 글들이나 책을 읽고 세태를 걱정하곤 하지만,
사실은 구체적인 현실은 외면하고 싶었나 보다.
(빅 인플루언서의 강력추천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라가지 못한 걸 보면
나뿐만의 사정은 아닌 것 같다)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현실 자각에
그들의 좌절과 공존하는 법을 고민하자니 당장의 내 현실도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은 상태라
맘이 무겁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측은지심의 속내만 들킨 것 같아 부끄럽고 불편하다.

나는 강사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빌려 튀어나온 세상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소산물인 돈이 만들어낸 결과물. 평등과 이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 되니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욕망 외 다른 가치를 모른 채 어른이 된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 강사 같은 이들은 삶에 순위를 매겨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고, 실패한 이들에게 냉소를 퍼부어왔다. 공부 안 한 너희들이 잘못했어.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하는 건 당연한 거야. 열심히 살아온 자신은 응당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배워왔을 터.
지방선거의 승리와 정치인 이준석씨의 약진에 힘입어 ‘이대남’이란 환상 모델의 해상도는 더욱 또렷해져갔다. 수도권에 살고, 사 년제 대학에 재학한 상태로, 좋은 회사 취직하기 위해 자격증과 외국어 및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는 남자. 지역, 성별, 성 정체성, 빈부, 장애, 가족 부양 등 각자 밟고 있는 토대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깡그리 무시한 채”대한민국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의 장을 열어놨다. 기회를 줘도 못 잡으면 능력 부족 탓이다”라고 말하는 남자. 그런 남자가 ‘이대남’의 표준처럼 자리잡았다
우리가 공장 바닥 전전하며 보낸 이십대는그저 통장에 찍힌 얄팍한 숫자 따위가 대표할 수 없다. 사회에서 ‘못 배운 놈년들’로 통칭당하며 냉소와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는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항한 결과,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
냉소는 인간의 가장 나쁜 감정입니다. 분노나 증오마저 마음먹기 따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지만 냉소는 그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 뿐이에요 (중략) 냉소하지 않는 방법도 똑같습니다. 남이 떠먹여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먹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보 과잉을 넘어 폭주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의 알고리즘은 편향된 정보만 죽 나열해주기 일쑤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사고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생각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핵심 목적은 사고의 근육을 기르는거니까요.
요는 자의식과 체력을 골고루 안배하는 게핵심, 무작정 몸을 한계치까지 몰아가는 게 아니라 때론욕 들을 각오하고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의식 수수료를 내는 것을 피해선 안 된다. 즉 관리자가 빨리빨리 하라며 채근하는 소리를 듣는 걸 두려워하면 금방 골병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