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파친코

파란만장한 역사 안에서 겪는 한국인들의 수난사... 라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역사는 없다. (왜구들이 왜 드릉거리는지 알수가 없다. 제 발이 저린 건가)

오히려 역사와 민족을 잃어버린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운명을 거스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다. 

 

언뜻 선자의 러브스토리 같지만, 그때의 여성상을 거스르는 자신의 인생과 고난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자의 이야기고

주인공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개척하고자 하지만, 

끝까지 거부한 자는 그 인생을 마감하게 되고, 

어떤 이는 결국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들 가족은 그렇게 받아들이고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삶에 대해 진지한 도전 동력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다시 집어들고 싶다. 

 

"내 밑에서 얼마나 일했지?"

“열두 살인가 열세 살쯤이었을 때 제게 일자리를 주셨죠 “그동안 내가 너와 정치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지?" 김창호가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한 번도 안 했어. 단 한 번도. 난 사업가야. 너도 사업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 나는 네가 그런 모임에 갈 때마다 너 자신을 생각했으면 좋겠어. 난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자신의 이익을 높일생각을 하기를 바라.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단체만 생각하기 때문에 망하는 거야. 하지만 진실은 이렇지.자애로운 지도자 같은 건 없어. 난 네가 날 위해 일하기 때문에 널 보호해주고 있지. 네가 바보처럼 행동하고 내 이익에 반하는 일을하면 그때는 널 보호해줄 수 없어. 조선인 집단들 말인데 거기 책임자들은 단지 사람들일 뿐이야. 돼지보다도 똑똑하지 못한 인간들이지.
(중략) 나는 좋은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니야. 돈을 잘 버는 사람이지. 모든 사람이사무라이 정신이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를 믿는다면 이 나라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걸, 천황은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아. 그래서 난 너한테 그런 모임에 가지 말라거나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말라고 하지는 않아. 하지만 이건 알아둬. 그 공산주의자들은 널 돌봐주지 않아.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지. 그들이 조선을 생각한다고믿는다면 넌 정신이 나간 거야."
"난 책이 싫어.” 모자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난 책이 좋아.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읽을 수도 있어. 아버지도 책 읽는 걸 좋아했어." 모자수가 노아를 넘어뜨리려고 하자 노아가 웃었다. “형, 아버지는 어땠어?" 모자수가 똑바로 앉아서 진지하게 형을 쳐다보았다. “키가 컸지. 너처럼 피부가 희고 매끄러웠어. 안경을 썼고,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했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책을 읽고 혼자서 깨우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책을 읽을 때 행복하다고 아버지가 그 랬어.”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형 같네. 나 같지는 않아. 난 만화가 좋아." "그건 진짜 독서가 아냐." 모자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버지는 엄마와 나에게 언제나 친절했어. 큰아버지를 놀려서 웃게 만들기도 했고, 아버지는 나한테 글자 쓰는 법을 가르쳐줬고, 구구단을 암기하게 했어. 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제일 먼저 구구단을 암기했지.” “부자였어?"

“아니, 목사는 부자가 될 수 없어."

"난 부자가 되고 싶어. 큰 트럭을 사서 운전사가 될 거야."

“넌 헛간에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침마다 계란을 모으면서 말이야.” 노아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수 아저씨처럼 트럭을 가질 거야." "난 아버지처럼 교육받은 사람이 될 거야."

“난 아냐.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그럼 엄마와 큰엄마가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유대인들은 종종 남다르게 뛰어난 사람들로 비추어졌고, 여자들은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삶을 살기가 일쑤였어요. 외부인인 한 남자가 자기 정체성을 모른다고 가정해보죠. 이 남자는 창세기에서 자신이 이집트인이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모세와 비슷한데....…” 구로다 교수가 이렇게 말하면서 노아를 흘낏쳐다봤지만 노아는 필기를 하느라 그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그래, 그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이 항상 하는 소리가 있지. 내가 뭘 어떻게 하든 사람들은 항상 끔찍한 소리를 해. 나한테는 그게 평범한 일상이야. 난 보잘것없는 사람이니까. 넌 이 일을 할 필요가 없어. 난 형처럼 학교에서 인정받는 영리한 학생이 아니었어. 돌아다니고 물건을 고치는 건 잘했지. 돈 버는 일도 잘해. 난 항상 사업을 깨끗하게 운영했고, 나쁜 일을 피했어. 고로 사장님한테서 나쁜 사람들과 얽히는 건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배웠거든. 하지만 솔로몬, 이 사업은 쉽지 않아. 알겠니? 그냥 기계를 어설프게손보고, 새로운 기계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일할 사람을 고용하는게 다가 아니야.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아. 파산한 사람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단다. 알겠니?"

(중략)

"나는 한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을 하고 돈을 벌었어. 내가 부자가 되면 사람들이 날 존경할 거라고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