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친밀한 이방인

드라마 '안나'의 원작.
아직 드라마는 보기 전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소설가인 '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현실을 외면하면서
거짓말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이유미'를 복원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액자식 구조다.

비록 방법은 '거짓'이었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조건들을 무시하고
망설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김유미에게서 화자(주인공)는 답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화자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큰 감정의 반등없이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어서 투영의 과정이 임팩트있게 보이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거짓과 기망은
결국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우리는 좀더 노력해볼 수도 있었다. 시간을 두고 흩어진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볼 수도 있었다. 나중에는 모든 것이 인생의 과정이었다고 추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 모든 삶의 가능성을 단번에 잘라내고, 차라리 민둥산처럼 헐벗는 쪽을 택했다. 삶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는 처음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다시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고통에 가까운 상실감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그곳에 함께 있기를 바랐다. 이유미가 진에게 돌아와, 마침내 삶의 빛나는 대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그들에게 구원과 회복이 가능하다면, 나 역시 그러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