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Park.net Book Review 05 11 Book Review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할머니가 아닌 나의 이야기 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나에게 할머니는 소인이 찍힌 한 장의 우표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작고, 평면적이고, 어느 날 삶의 쓰임새를 다해 이제는 극도로 조용하게 우표책에 꽂혀 계신분 할머니는 할머니였을 뿐 그분의 어떤 점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가 지금 해낼 수 있는 만큼이 최선이고 열심이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겨우 다섯 줄? 아무렇게나? 라고 비웃거나, 네가 지금 휴대폰 하는 시간에 글을쓰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말이지 어리석고폭력적인 생각이다. 짧은 노력과 긴 휴식, 그것이 지금그의 최선이며 가장 필요한 것이다. 휴대폰 게임이라도 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 남들의 평가 따위는 애초 그분에.. 2022.11.05 2022.11.05 05 11 Book Review 밤의 여행자들 재난으로 폐허가 된 곳을 관광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서 여행상품개발자가 주인공 회사에서 잊혀지는 수순에 있는 주인공은 본인이 개발하는 여행상품에서도 객체화되고 재난의 영역에 도전한 이들은 재난에 희생된다.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다가 어 뭐지, 주인공의 불운이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로 확 와 닿는 중후반부터는 쉬지 못하게 몰아친다.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녀가 이번에 향한 곳은 사막의 싱크홀 ‘무이’다.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여행지에서 고립되며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작가 윤고은은 어딘지 불미스럽게 재난과 여행을 한데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말의 .. 2022.11.05 2022.11.05 31 10 Book Review 안녕 주정뱅이 술에 쩔은 주정뱅이의 사랑 인생에 지지 않는 주정뱅이 매번 술을 커피잔에 따라마시는 주정뱅이의 환각 등 끝맺어지지 않고 붕뜬 단편의 연속이어선지 감정정리가 안 된 채 다음 단편으로 넘어간다. 풍경이나 분위기 묘사 등은 세밀해서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못해 묘사만으로 소설 자체가 치열한데,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서사는 더 난해해지고, 작가가 마치 혼자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느낌이다. 2022.10.31 2022.10.31 27 10 Book Review 아버지의 해방일지 빨치산의 딸 이야기라고 해서 이념이야기인 줄 알았다 뭔가 묵직한 메세지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독자에게 그런 부담을 1도 주지 않는다. 첫장부터 빵 터지는 티키타카로 시작하더니 내내 재치있는 유머코드로 몰입하게 만들다가 항상 '아버지'의 자리에 있는, 빨치산이라는 이데올로기로만 규정지어졌던 아버지가 빨강도 파랑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재구성한다. 오랜만에 정말 유쾌하면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있는 소설이었다.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 맞아 죽는다는 전직 빨치산이 고추밭 김매는 두시간.. 2022.10.27 2022.10.27 25 10 Book Review 얼굴 없는 검사들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간첩사건조작,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 일련의 사안들에서 검찰의 증거조작, 객관의무 위반 등 검찰의 어두운 면에 대해 담담히 기술한다. 국민과 법률의 수호자로 기소권을 위임하였지만,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움직이는 그들에게 신뢰가 떨어진지는 오래다. 억울한 일이 있을때 그들에게 의지하는 게 아닌, 최대한 엮이지 않기만을 바라는 현실이 서글프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들에도 검찰이라는 기관 뒤에 검사의 이름은 뒤로 감춰지고 그래서 더욱 도덕이나 염치를 외면할 수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검사들은 얼굴이 없나보다. 그 중 임금체불과 관련한 내용들을 인용해 본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임금 체불'을 시작으로 빚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봉급.. 2022.10.25 2022.10.25 24 10 Book Review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봄이 시작되는 3월,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수많은 중상자를 낸 이 대형 사고 때문에 유가족은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잃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가 일어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것. 단 유령이 제시한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이를 알고도 유가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역으로 향한다. 과연 유령 열차가 완전히 하늘로 올라가 사라지기 전, 사람들은 무사히 열차에 올라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을까. 일드감성 남은 자들의 이야기 감동 눈물펑펑이라는데. 잘 모르겠음 ‘킬링타임’.. 2022.10.24 2022.10.24 21 10 Book Review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동구에게 6년의 터울이 지는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다. 동구는 순수하고 사려 깊은 아이지만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하여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처지이고, 집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사랑스런 여동생 영주는 늦둥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모으며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어 세 돌도 되기 전에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한글을 줄줄 읽는 영재성을 보인다. 3학년 담임선생님이 된 박영은 선생님은 그저 공부 못하는 돌대가리로 구박만 받던 동구가 실은 난독증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알아내고 그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그의 착한 심성을 인정해 준다. 난생 처음으로 이와 같은 관심을 받게 된 동구는.. 2022.10.21 2022.10.21 19 10 Book Review 작은 땅의 야수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등장인물들의 인연이 얽히고 설켜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 끊어읽으면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할 정도로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대장이 그 사람을 만나보도록 주선해 볼게. 그 사람 이름은 이명보야.” - 어엌. 드라마였다면 마지막 장면 각. “그리고 우리 딸애도 곧 이리로 올 거야. 자전거가 고장 나서 고쳐야 한다더.. 2022.10.19 2022.10.19 1···10111213141516···28